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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의 미궁을 헤매는 이야기로 착각하고 있었다. 차례차례 진행되는 소송으로 K가 고생길을 겪다가 결국 죽고마는, 그런 플롯인 줄 알고 있었다. 다시 읽은 소설에서 K는 은행에 출근도 하고, 애인이나 화가의 집을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하면서 소송을 처리하고 있었다. 구속된 상황에 놓인 것은 몇 되지 않았고 ,

“당신은 내 말을 오해하셨군요. 당신이 체포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당신이 직장에 나가 일하는 것을 가로막지는 않을 겁니다. 당신의 평소 생활 방식도 방해를 받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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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K에게 몸을 구부리며 속삭였다. “저한테 화내지 마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저를 나쁘게 생각하지도 마세요. 저는 지금 저 사람한테 가 봐야 해요. 저 징그러운 인간한테요. 저 굽은 다리 좀 보세요. 하지만 금방 돌아올게요. 그런 다음엔 당신이 저를 데려가 주신다면 따라가겠어요. 어디든 원하시는 대로 가겠어요. 당신이 원하시는 걸 저와 함께하실 수 있어요. 이곳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떠나 있을 수 있다면 저는 행복할 거예요.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영원히 떠나는 거구요.”


관리들이란 모두가 겉으론 태연한 듯 보이더라도 과민한 상태입니다.


“누구나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있기 마련이지요.”


4층에 이르러 그는 걸음을 늦추어야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데다 계단과 층의 높이가 지나치게 높았다. 그리고 화가는 맨 꼭대기 다락방에 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공기는 몹시 답답했고 층계참도 없었으며 좁은 계단은 양쪽이 벽으로 막힌 채 벽의 거의 맨 위쪽에만 여기저기 몇 군데 조그만 창문이 달려 있을 뿐이었다. … 화가의 방으로 가는 계단은 특히 더 좁고 아주 길었으며, 구부러지는 데가 없어서 계단 전체가 끝까지 다 보였고, 맨 위쪽 계단이 끝나는 자리에 티토렐리의 방문이 서 있었다. 비스듬히 위쪽에 나 있는 조그마한 채광창을 통해 계단 부분과는 달리 비교적 밝게 조명을 받고 있는 그 문은 칠을 하지 않은 나무판들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 티토렐리라는 이름이 빨간색의 굵은 붓글씨체로 그려져 있었다.


그 위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침구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이젤 위에 그림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림은 셔츠로 덮여 있었으며 그 셔츠의 소매들이 바닥까지 드리워져 흔들거렸다. K의 뒤쪽으로는 창문이 있었고, 창문 밖에는 안개 때문에 눈 덮인 이웃집 지붕 말고는 그 너머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사랑해 달라고?’ K는 듣는 순간 그녀의 말을 되씹어 보았다가 다음 순간에야 이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나는 이 여자를 좋아하고 있어.’


자유로운 몸으로 있는 것보다 사슬로 묶여 있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으니까요.


신부가 말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게 무언가요? 기도서인가요?” “아닙니다.” K가 대답했다. “시내 관광 명소 사진첩입니다.” “그런 건 내버려요.” 신부가 말했다. K가 그것을 거칠게 내던지는 바람에 그것이 확 펼쳐지면서 몇 장은 짓눌려 구겨진 채 바닥 위로 얼마간 미끄러져 갔다.


“모든 걸 진실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것을 다만 필연이라고 생각하기만 하면 됩니다.” “참담한 생각이로군요.” K가 말했다. “거짓이 세계 질서가 된다니 말입니다.”


그러나 K의 목에 한쪽 남자의 두 손이 놓이는 동시에 다른 쪽 남자가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 넣고 두 번 돌렸다. 흐려져 가는 눈으로 K는 아직 자기 코앞에서 두 남자가 뺨을 서로 맞댄 채 결말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개 같은 결말이로군!” 그가 말했다. 그는 죽어도 치욕은 살아남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