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s
pp.70-71
그러나 용서는 이미 벌어진 일로 거슬러 올라가 거기서 새로 시작할 여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과거’와 관련된 행위다. 하지만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서 행위한다. 용서가 행위의 ‘미래성’이 초래하는 우연성까지 극복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변덕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인간 마음의 특성이 그러한 불확실성의 안개를 더욱 크게 만든다. 아렌트는 이러한 미래의 예측 불가능성과 관련해 ‘약속’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약속은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예측 가능한 것을 찾아 확실하고 명확한 경계가 둘러쳐진 섬으로 만드는 일’이다. 약속은 ‘미래를 마치 현재처럼 다루어, 그것을 처리할’ 가능성을 우리에게 준다. 약속이 미래를 예측 가능하고 처리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