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 툴

  • 요즘 들어 특정 직업군은—특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인공지능 상품에 칼을 벼린다. 형체의 외곽선을 잡아내는 올가미 툴 같은 것은 편한 도구로 여기고, 형체에 관절을 부여하는 인공지능에 대해선 격노한다. 알고리즘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뚜렷한 차이점이 있을까?
  • 그러나 생계 행위를 귀족적 취미로 밀어내고, 직업 반경에 시시각각 침투하는 인공지능을 보면 두려움에 떨만하다. 인공지능을 말하는 뉴스 헤드라인을 보다 보면, 모든 직업이 전화 교환원처럼 보이고, 빅테크는 일자리를 앗아가는 대악마 같기도 하니까.
  • 예로부터 예술은 정량적이며, 그만큼 자본화되어 있었다. 아티스트가 느끼는 지위 불안은 손으로 다룰 수 있는 도구의 확장에 머물던 기술이, 그들 자신을 대체하는 ‘블랙박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서늘한 대체의 징후를 감추기 위해, 기술 권력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대체품이 아니며,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고, 똑똑한 도구일 뿐이라는 내러티브를 주입하는 데에 안간힘을 쓴다.
    • ‘못과 망치일 뿐이야.’
      •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이 그러했듯, 인간 주변에 자리 잡은 도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유용성을 설파하고 그 안에 상업성을 집어넣는다. 이러한 판매 전략은 아주 유효하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상품을 꼭 곁에 두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필요’를 만들어내는 데 전문가다.
  • 회계사 대신 인공지능 에이전트에게 세금 계산서를 맡기게 된다. 회계사가 있던 사무소 자리는 소프트웨어로 메우지 못한다.
  • 공간과 계급이 뒤바뀌는 과정 속에서 어째 인간은 노동의 주체에서 바이럴 봇들과 경쟁하는 인터넷 밈 생성기로 전락한다. 계급 피라미드의 균열 사이로 인공지능이 끼어든다. 부서진 틈 사이로 사유와 실험이 스며들고 영리한 사람들은 지위를 굳건히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 구경꾼과 곡예사가 뒤섞인 채로, 노동시장은 완전한 서커스장이 된다.